하스 스톤이 마음에 드는 점은 TCG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부스터 팩을 게임머니로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에 과금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게이머들조차도 기본 덱 구성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일일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만으로 일주일에 최소 5 장의 새로운 카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늘어나면 비슷한 비용으로 투기장을 통해 부스터 팩과 원하는 카드를 제조할 수 있는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획기적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하스스톤은 TCG가 아니라 CCG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파워 밸런스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몰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짜피 부스터 뜯는 게임에 돈 바르면 강해지는건 당연한 사실이니 이것을 왈가왈부 할 이유는 없을 것이고 말이다.

물론 특정 직업 덱의 카드가 우버파워인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정신지배라던가..^^a

30장의 덱 구성 제한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괜찮은 수였다고 본다.
판타지 마스터즈나 매직 더 게더링을 생각하면.. 음..
난 대부분의 것들이 그것들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가볍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너무 좋아..
(이건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카드 게임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하고 축축한 뒷골목 분위기에 세기말적인 세계관을 펼쳐내고 있다. 미친놈들 작작 좀 해~ )




그리고..

하스스톤 카카오톡 테마를 설치했다.
이전까지는 디스코판다를 썼는데..
요즘 게임들은 출시되고 나면 마케팅의 일환인 것인지 카카오톡 테마를 만들어 같이 내어놓는게 유행인가 보다.

요즘 하스스톤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 게임이 꽤나 잘 만든 재밌는 게임이라는 것과 함께 국내에서 개발한 판타지 마스터즈나 소드걸즈 같은 몇 안되는 TCG 게임들이 걸어온 길을 순식간에 따라잡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성도 좋고.. 그래픽 퀄리티도 월등한데다가 캐릭터들이 대사도 읊고 훨씬 더 박진감 나게 싸우고.. 아마도 이제껏 많은 TCG 개발자들이 이런 게임을 상상했었겠지만 진짜배기로 만들어서 이렇게나 주목 받는 자리에 게임을 내어놓은건 하스스톤이 유일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까지 국내 게임시장의 탑에는 외산게임들이 자리를 잡고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게임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게임들이 인기를 끄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국내 게임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탐탁치 않다.

모바일 게임 시장마저도 우리가 그렇게나 비웃고 욕했던 일본 개발사들의 재기가 성과를 보이는 듯 콘솔게임 퀄리티의 무지막지한 타이틀들이 연이어 히트를 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어떻게든 개발인력은 작고 싸게.. 뭐 하나 만들어서 히트 치면 본전 이상 뽑으니까.. 학생들이나 어린 개발자들 데려다가 후딱 후딱 만들고..

for kakao를 좋아하는 개발자가 몇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사용자들도 그렇고.

항상 대한민국은 게임강국이다, 온라인게임강국이다 하며 자부심을 느껴보라 이곳 저곳에서 외쳐댔던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었던가? 그건 아닌 것 같고..
헝그리 정신 같은 것도 옛얘기 같고..

내 세대에서 지금까지 느낀 게임 개발사의 이미지는 어디서 많이 본듯하지만 여튼 재밌는 게임 하나 만들어내서 주구장창 울궈먹는 그런 느낌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 속의 대한민국 게임은 개발강국도 뭣도 아닌 그냥 게임 많이하는 나라일뿐이여서인가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그냥 재밌는 게임을 하고싶은 것 뿐이지..

솔직히 그런 것들 대부분은 스팀이나 오리진, 블리자드 것들이지 우리나라 게임은 아니잖아..

이런 생각 때문인지 항상 게임업계에 관련된 사건들은 마음 속에 계속해서 켕기게 느껴진다.

게임규제법을 반대하지만 게임개발사들의 행태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니고..
요 근래 게임개발자협회나 K-IDEA에서 여러가지 운동을 벌이는 것이 참 좋은 일이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고..

Stuck in the middle이다.

이렇게 복잡한 심정이 취업전선을 맞닥뜨리면 정리 될까 의문이 든다.
대게는 어떻게든 순응하는 쪽이 되겠지..

하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에 계속 빠져 지내는 것은 계속되는 노예개발과 척박한 시장환경을 지속시키는데 일환이 될 뿐일거라 계속해서 공부하고 스스로의 개념을 세워보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갈대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는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소양이 아니라고 생각해..

게임개발부흥 운동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고 본다.

더 좋게 바뀌는 부분도 있을테고 차마 돌이킬 수 없이 손을 놓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겠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금의 내 생각에도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고 말이다.

근 몇년 안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완성될거란 기대를 건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이미지가 생길 수 있을까,
일본의 개발처럼 장인의 정신을 잃지 않는 이미지라던가
북미의 개발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을 지지하는 이미지라던가
중국의 개발처럼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는 이미지라던가 하는 것처럼 좀 괜찮은 컨셉으로 말이다.

그때 즈음 되면 국산 게임이 외산 온라인 게임에 밀리지 않고 박빙의 경쟁을 치룰 수 있겠지.

물론 게임 시장에서 서비스 종료빵 놓고 누가 이기거나 지는 경쟁이 아니고 둘 다 재밌으니까 양쪽 다 플레이하는 그런 환경에서..


Posted by 파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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