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마지막을 장식한 두 편의 영화를 짧게 리뷰한다.

엔더스 게임 ::
전쟁철학물이라는 장르가 참 취향 탄다는걸 잘 알려주는 영화,
대표적인 소설로는 로버트 A 하이라인의 '스타쉽트루퍼스'가 있겠고...
엔더스 게임은 올해로 출간이 약 30여년쯤 된 작품이다.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는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 있겠다.

엔더스 게임은 젊고 유약한 소년들이 전쟁의 시대에 휩쓸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천재적 전투 사령관으로 거듭나야함에 있어
겪게 되는 번뇌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작자인 오슨 스콧 카드의 소년 시절이 베트남전의 여파를 겪었을테고
그 이후로도 걸프전이나 냉전 따위에서 비롯된 시대상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짐작 가는 부분들은 우리 또래에게 좀 난해한 부분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재킷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어찌되었거나 영화판 '엔더스 게임'은 오락영화로 설계 되었음이 분명하고
그로 인해 원작의 볼륨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깔끔한 기승전결 그러나 너무나도 빠른 전개, 관객들은 생각할 틈이 없다.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한 엔더의 희노애락을 쫓아가기 바빴던 영화

옳바른 리더쉽의 함양과 지도자로써의 윤리의식 필요 따위의 철학적인 내용은
여성들보다는 남성관객들에게 더 크게 어필하지 않을까 싶다.

원작을 읽었거나 읽을 생각이 있다면 추천하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벤 스틸러의 주연/감독 영화로써 1939년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주인공과 배경을 21세기로 재해석한 작품으로써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영화.

직접 제작과 연출을 맡았던 탓일까, 조금은 뒷심이 부족한 모습도 보였지만
내용 그 자체가 너무나도 희망차고 아름답기에 커버가 됬던 영화이다.

주인공 월터의 여행 내내 환상적인 배경들이 펼쳐지며
그 속에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쫓는 과정은 꽤나 가슴 벅차다.

브루스올마이티나 클릭과 같은 능력자물은 아니란 것! 명심하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에서 월터 미티를 움직이는 것은
초능력이 아닌 상상력에서 부여된 동기라는 점에서 상당한 리얼리티를 준다.

특히나 연말연초 불투명한 미래에 막연하고 적적한 마음이 동하는 분들,
반드시 감상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삶에 희망을 주는 영화는 좋은 영화
그리고 가장 가까이서 그런 영화를 찾는다면 2014년의 시작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를 선택해보면 어떨까 한다.

 

Posted by 파데트
,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입니다.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고 썩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할리우드식 연출이 가미 된 한국영화라니.. 어색할 법도 했지만 퓨전푸드처럼 아이러니한 절묘함이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초반 도입부의 타이틀 삽입화면 구성이 굉장히 박력 있게 느껴졌는데 그 외의 것들은 2000년대 초 미국 액션영화를 카피하는 것 같아 살짝 아쉽더군요. 
"스워드피쉬"나 "웰컴 투 더 정글" 같은 영화가 생각 났습니다. 
시나리오가 워낙 얽히고 섥힌 구조였던지라 텍스트 자막으로 인물이나 정보 설명을 이루려는 시도는 참신했습니다만 국산 블록버스터 영화를 살짝 저렴히 보이게 만드는 첫 인상이 있었다는 것!
류승완 감독의 다른 작품인 부당거래의 내용을 확장시킨 듯한 영화 "베를린"은 보다 많은 인물들과 배경이 섞인 작품이였지만 역시나 첩보전의 혼란스러움을 쉽게 정리해 이해시키는 힘은 부족했던 탓인지 산만한 감이 적잖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랍어,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가 뒤섞인 난장판에 억센 함경도 사투리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줬지만서도 순간 사람을 당황시킵니다. 방금 뭐라고 말한거지?
말미에는 이런 카오스를 나름 논리정연하게 수습해주지만 중반부에서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에 흥미를 잃게 되는건 안타까웠습니다.
액션은 스타일리쉬하고 박력 넘칩니다. 
꺾고 꺾고 또 꺾고..
이렇게 찰지게 내동댕이 치는 영화는 오랜만이네요. 보기만해도 허리에 부담이 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쓰러지는 곳에는 항상 쇠기둥, 문걸이, 뾰족바위가 존재합니다. 
반신불수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입체감은 잔잔한 편입니다. 
통쾌한 반전도 없지만서도 그냥저냥 볼만한 스토리, 왠지 한껏 비장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 그다지 여운은 없습니다. 
하정우, 한석규의 절묘한 콤비를 기대했지만 무미건조했습니다. 
전지현의 존재감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류승범은 명불허전 류승범입니다. 맛깔납니다. 

Posted by 파데트
,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의 주인공 '브이'가 본인을 소개하는 장면이다.

V로 시작하는 단어들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고자하는 언어유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V: Voilà! In view, a humble vaudevillian veteran, cast vicariously as both victim and villain by the vicissitudes of Fate. This visage, no mere veneer of vanity, is a vestige of the vox populi, now vacant, vanished. However, this valorous visitation of a by-gone vexation, stands vivified and has vowed to vanquish these venal and virulent vermin vanguarding vice and vouchsafing the violently vicious and voracious violation of volition. 
[carves "V" into poster on wall] 

V: The only verdict is vengeance; a vendetta, held as a votive, not in vain, for the value and veracity of such shall one day vindicate the vigilant and the virtuous. 

V: [giggles] 
V: Verily, this vichyssoise of verbiage veers most verbose, so let me simply add that it's my very good honor to meet you and you may call me V.

Posted by 파데트
,

영화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의 마지막 연설부분을 배경음악과 함께 편집한 동영상들이다.

무려 73년의 시간을 지나, 위대한 독재자의 연설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내가 좋아하는 영상자료 중 하나이다.

두 가지의 편집 버젼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삽입 되어 있는 후자의 영상보다는 잔잔한 편집이 돋보이는 전자가 마음에 든다.

한국어로 번역된 친절한 자막과 함께 연설의 내용에 맞춘 영상 구성이 눈에 띄었다.

아무런 편집이 되어있지 않은 원본영상을 포스팅 마지막에 함께 첨부했다.



I'm sorry, but I don't want to be an Emperor, that's not my business. I don't want to rule or conquer anyone. I should like to help everyone if possible, Jew, gentile, black man, white. We all want to help one another, human beings are like that. We all want to live by each other's happiness, not by each other's misery. We don't want to hate and despise one another. In this world there is room for everyone and the good earth is rich and can provide for everyone.
The way of life can be free and beautiful. But we have lost the way.

Greed has poisoned men's souls, has barricaded the world with hate; has goose-stepped us into misery and bloodshed.

We have developed speed, but we have shut ourselves in;
machinery that gives abundance has left us in want.
Our knowledge has made us cynical,
our cleverness hard and unkind.
We think too much and feel too little.
More than machinery we need humanity,
more than cleverness we need kindness and gentleness.

Without these qualities life will be violent and all will be lost.

The aeroplane and the radio have brought us closer together. The very nature of these inventions cries out for the goodness in men, cries out for universal brotherhood for the unity of us all. Even now my voice is reaching millions throughout the world, millions of despairing men, women and little children, victims of a system that makes men torture and imprison innocent people. To those who can hear me I say: do not despair.

The misery that is now upon us is but the passing of greed, the bitterness of men who fear the way of human progress. The hate of men will pass and dictators will die, and the power they took from the people will return to the people and so long as men die liberty will never perish.

Soldiers: don't give yourselves to brutes, men who despise you and enslave you, who regiment your lives, tell you what to do, what to think and what to feel, who drill you, diet you, treat you as cattle, as cannon fodder!

Don't give yourselves to these unnatural men,
machine men, with machine minds and machine hearts.
You are not machines!
You are not cattle!
You are men!!
You have the love of humanity in your hearts.
You don't hate, only the unloved hate.
The unloved and the unnatural.
Soldiers: don't fight for slavery, fight for liberty!

In the seventeenth chapter of Saint Luke it is written:
- "The kingdom of God is within man."
Not one man, nor a group of men, but in all men: in you!

You the people have the power, the power to create machines, the power to create happiness. You the people have the power to make this life free and beautiful, to make this life a wonderful adventure.
Then, in the name of democracy, let us use that power, let us all unite!
Let us fight for a new world, a decent world that will give men a chance to work, that will give you the future and old age and security.
By the promise of these things, brutes have risen to power, but they lie. They do not fulfil their promise, they never will. Dictators free themselves but they enslave the people.
Now let us fight to fulfil that promise. Let us fight to free the world, to do away with national barriers, to do away with greed, with hate and intolerance. Let us fight for a world of reason, a world where science and progress will lead to all men's happiness.

Soldiers! In the name of democracy: let us all unite!


Posted by 파데트
,




근래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감명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e, 2012)>를 선택하겠다.

고전 명작의 재림 <레미제라블 (Le Miserables, 2012)>의 감동은 화려하지만 꿈 같이도 먼 과거의 산물일 뿐이고 <호빗 : 뜻 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의 환상적이고 멋진 모험담 역시 상상 속의 신기루일 뿐이겠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비춰주는 파이의 표류기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곱씹어대면 곱씹어댈 수록 정말인지 끝나지 않는 무수한 생각들과 교훈을 풀어낼 수 있는 엄청난 영화인 것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년이 성장해나가면서 겪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유하고 안정적이였던 삶, 행복했던 가족, 사랑하는 연인, 미래에 대한 희망과 신들에게 의지하며 지탱해왔던 신념들을 산산히 파괴 당한 파이 파텔,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죽음과 홀로 맞서 싸우며 태평양에 표류했던 시간 속에서 파이는 자신이 알고 지냈던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다시금 쌓아가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라이프 오브 파이>의 내용은 결코 긍정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지만은 않다. 이 영화 속에서 나이 든 파이 파텔이 들려주는 메르헨은 자기자신과 작품을 보는 관객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에 대한 믿음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영화의 감독 이안(Ang Lee)는 <색, 계 (Lust, Caution, 2007)>와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을 만들었다.

모두 매우 유명한 영화이고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작품들이다. 본인은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구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라이프 오브 파이>가 굉장히 '이국적인' 향취가 가득한 영화임을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여타 할리우드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도의 프랑스 마을과 태평양,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일본인과 아프리카 동물들, 그리고 인도인이 출현한다.

그리고 감독은 대만 사람이다.


위와 같은 상황 때문인지 안그래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연출은 더욱 빛깔 넘치게 받아들여진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색채는 반짝이는 검은 파도들과 형형색색의 발광체들이 수를 놓으며 대게의 장면이 구명보트와 뗏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바다 표면에 비치는 우주와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굉장히 기묘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태평양 표류기라는 내용을 보고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의 감동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결말에 다다르면 충격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영화.

도저히 어찌해야 할 방법을 모를 정도로 복잡미묘한 혼란을 심어주지만 그것조차 매력적인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이 영화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러 가는 것을 권장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이야기로 새벽내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파데트
,

로맨스의 심포니이다.
동양철학과 윤회사상 따위에 푹 빠진 워쇼스키 남매와 영화 '향수'로 알려진 톰 티크베어 감독의 작품,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정리 할 수 있는 문장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서로 다른 관계에 놓인 인물들이 얽히고 얽히며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각기 다른 6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로맨스, 액션, 코미디, 스릴러, SF 등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미묘하다.
개인적으로는 결코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기 힘든 영화였다. 워쇼스키가 추구하고자하는 바를 추측할 수는 있었지만 공감하기는 힘들었으며 톰 티크베어의 연출답다라는 느낌만 강하게 받았다.
복잡하게 꼬인 인과 율의 실타래를 글이 아닌 영화로 풀어내자니 혼란스럽고 의구심이 드는 바가 많았으며 절정 부분에서는 감동의 합주가 느껴지기 보다는 어수선한 기분만이 감돌았다.
어설픈 동양 사상 흉내내기만을 강조한 영화였다.
배두나가 맡은 복제인간 '손미-451'의 마지막 연설이 모든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
참신한 시도, 인상 깊은 분장의 여운만을 남긴 채 넣고 싶은 것들을 억지로 버무려 섞어놓운 듯한 내용의 찜찜함만을 남긴 영화였다.
이것이 그리피스의 인톨러런스 정도라도 되는 작품이였다면 영화 속에서 열거 된 이야기들을 각각 편집해 단편으로 출시했으면 그나마 나은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싶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배두나의 섹스신이 무얼 위해 존재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쌓아올린 명성으로 계속되는 워쇼스키 남매의 기행은 관객들을 향한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들고 있다.
Posted by 파데트
,




레미제라블 ::
장발장의 일생과 19세기 프랑스 민중의 삶을 다룬 뮤지컬 영화. 
역사적으로 실패한 혁명이였던 1832년 6월 봉기를 주무대로하여 꿈과 사랑, 혁명과 정의의 실현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등장인물들의 솔직한 감정을 적나라히 들어낸 점이 매우 인상 깊다.
개인적으로는 에포닌 역을 맡은 사만다 바크스의 노래와 연기가 가장 감동적이였다. 
헬레나 본햄 카터와 사챠 바론 코헨은 예상치 못한 등장과 익살스러운 연기로 뇌리에 강인한 인상을 새기었다. 
앤 해서웨이는 레미제라블 이전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의 연기로 차가운 악녀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그토록 애절하고 비참한 캐릭터를 연기할 줄 상상도 못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그냥 예뻤다. 정말 그게 다였음, 마치 인타임때처럼 말이다. 다른건 잘 모르겠음. 
휴 잭맨은 영화의 축이 되는 주연 역할로써 굳은 결심을 지닌 장발장을 강렬하게 연기해냈고, 러셀 크로우와 함께 신념과 의지의 충돌을 멋지게 이루어냈다. 그러나 원작의 영향으로 구시대적인 캐릭터를 지녀서인지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아쉽다. 
그러나 명작은 명불허전, 여전히 뜨거운 감동과 애틋한 로맨스를 지닌 레미제라블은 150년을 지나 2013년 다시 한번 사람들의 마음을 강타하는 환상적인 작품이 되어 스크린 속으로 들어왔다.

Posted by 파데트
,



슬래셔 무비, 잔인하고 역겨운 장면을 줄지어 보여주는 끔찍한 장르 영화.

어딘지 모르게 멍청한 시나리오와 어색하고 과장된 연출, 토마토 케첩과 마요네즈 그리고 머스타드 소스를 섞어 만든 반죽 덩어리들이 화면을 치덕치덕 덮어버리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특히나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작품 속에 멋지게 담아내었던 피터 잭슨 감독이 소싯적 젊었을 때의 패기로 찍어낸 정신나간 영화라서가 아닐까 싶다.

샘 레이미와 브루스 캠벨의 이블데드 시리즈를 보면서 그러한 그들의 작품관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터 잭슨은 어떨까,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환상적이고 중후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인식 받는 감독이 감히 이런 영화를 찍었었다니라는 충격이 크다.

물론 피터잭슨이 고무인간의 최후(Bad Taste, 1987)로 데뷔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생각하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영화를 만들던 감독은 이런 영화들을 사랑했다. 역겹고 소름 끼치지만, 이 같은 영화들이 있었기에 후일에 그토록 감명 받을 수 있는 멋진 작품들을 선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Posted by 파데트
,

"나카무라, 다시 한 번 하자. 여름 축제까지 이제 1주일 남았어. 그러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넌 아무 것도 안해도 돼. 내가··· 전부 다, 원래대로 만들···테니까."

"있잖아, 카스가.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지? 이 앞은, 전부 죽어있어. 난···, 죽고 싶지 않아."

"그럼··· 어떡하면···. 어디로 가면 되지···?"
"몰라. 아무래도 좋아."
"···괜찮아. 내가···, 내가 찾을게."
"그만 갈래. 따라오지 마."

"···내일! 내일도 또!!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기다릴게!!"

Posted by 파데트
,


FLARIRS - TRUCKERS DELIGHT의 레트로 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눈에 띄는 인상을 남겨준 Jeremie Perin의 작품 중 하나인 DyE - Fantasy MV, 

페티쉬즘의 개성적인 코메디 활극이였던 트럭커스 딜라이트와는 달리 10대 소년·소녀들의 하이틴 로맨스를 소재 삼아 코스믹 호러와 결합시킨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섹스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기호와는 사뭇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트럭커스 딜라이트보다는 사이키델릭한 판타지에의 연출이 더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자포니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면 맞는 말일 듯하다.

Posted by 파데트
,



에일리언 시리즈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 프로메테우스(Prometeus, 2012)이다.

H.R. 기거의 기괴한 디자인 감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작품,

분명 너무 많은 떡밥 때문에 두서 없는 시나리오 전개로 느껴질 수도 있고 그런 모습으로 인해 실망한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곱씹어 보면서 이후의 내용에 대한 실마리를 잡아내거나 추측하는 재미가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나 스페이스 죠키,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엔지니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외계인의 소재가 상당히 기묘했던 것이 마음에 든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가 깨끗히 풀린 내용은 아니였지만 제노모프의 기원을 명쾌히 알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렇다.

이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을 정주행하고 적당한 팬심에 사로잡혀 있어야 한다는 과정이 번거로운 일이지만 말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일반 관객보다는 코스믹 호러나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SF 스릴러를 사랑하는 매니아층을 겨냥한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것이 평범한 관객들과의 소통을 차단했음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리들리 스콧과 그의 에일리언 세계관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아주 손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리들리 스콧의 작품 세계에 관심을 가질 수가 있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장치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주 매력적인 장치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제는 흔히들 알고 있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의 젊은 매그니토나 바스터 : 거친 녀석들의 아치 히콕스, 영화 300의 스텔리오스 등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로메테우스에서 조연 찰리 할리웨이 박사로 등장한 로갠 마샬-그린이였는데,

아무리 봐도 톰 하디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외모를 가진 배우여서 크게 착각을 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톰 하디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아직 완결나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 할 것이 너무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후속작이 하루 빨리 완성되어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파데트
,

"난··· 우리 앞엔, 무엇이 있을까? ···파탄···? ···파멸···. ···아니, 아니야. 

난···, 난 진짜 바보가 될 거야. 무조건 가는거야. 나카무라와 함께. 이 마을에서, 무조건 일직선으로···.

끝없이. 끝없이."

Posted by 파데트
,

"내내 비명을 질렀어. 내 안의 변태가, 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비명을 질러댔어.
카스가, 너한테 반사되어, 난 그 비명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았어. 들렸어.
「나가고 싶어.」 「내보내 줘.」「꺼내줘.」「어디 있지?」「출구는 어디 있지?」「저쪽은 어디지?」
하지만 알았어. 저쪽 따윈 없어.
이쪽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버러지도, 변태도 없어.
이젠··· 아무것도 없어. 어딜 가도, 난 없어져 주지 않으니까."

Posted by 파데트
,


"나...난...난..., 빈껍데기...야...
난... 악의 꽃을 읽어. 
시부사와 타츠히코를... 부르통을... 하기와라 사쿠타로를... 바타유를 읽어.
하지만... 그래서 뭐?! 
난 다르다고 생각했어... 다른 하찮은 녀석들과는 다르다고... 그런데... 뭐가?!

보들레르니...! 악의 꽃이니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해...!
그저... 그걸 읽는 나 자신에게 취했던 것 뿐이야...!!
보지 않으려고 했어... 진짜 나를...
특별하지 않은 나를...!
난... 텅 빈 껍데기야...!
사에키... 난... 오래 전부터 널 짝사랑했어... 뮤즈니... 천사니 잔뜩 치켜세우며...
...영원히 천사인 채로 있어주길 바랐어... 살아있는 진짜 사에키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어...! 무서웠으니까...!!
평범해질 수 없다... 평범한 사랑 따윈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난... 변태만도 못 해...!
난... 나카무라가 기대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야... 아무 것도 드러낼 게 없어...
드러낼 만한 알맹이 자체가... 아무것도 없어...!!
버러지야...! 난 누구보다도 못한 버러지 자식이라고!!
고를 수 없어... 그런 건 할 수 없어!
내겐 뭔가를 선택할 권리 따위 없어!!"


-Shujo Oshimi '악의 꽃'

Posted by 파데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