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입니다.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고 썩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할리우드식 연출이 가미 된 한국영화라니.. 어색할 법도 했지만 퓨전푸드처럼 아이러니한 절묘함이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초반 도입부의 타이틀 삽입화면 구성이 굉장히 박력 있게 느껴졌는데 그 외의 것들은 2000년대 초 미국 액션영화를 카피하는 것 같아 살짝 아쉽더군요.
"스워드피쉬"나 "웰컴 투 더 정글" 같은 영화가 생각 났습니다.
시나리오가 워낙 얽히고 섥힌 구조였던지라 텍스트 자막으로 인물이나 정보 설명을 이루려는 시도는 참신했습니다만 국산 블록버스터 영화를 살짝 저렴히 보이게 만드는 첫 인상이 있었다는 것!
류승완 감독의 다른 작품인 부당거래의 내용을 확장시킨 듯한 영화 "베를린"은 보다 많은 인물들과 배경이 섞인 작품이였지만 역시나 첩보전의 혼란스러움을 쉽게 정리해 이해시키는 힘은 부족했던 탓인지 산만한 감이 적잖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랍어,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가 뒤섞인 난장판에 억센 함경도 사투리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줬지만서도 순간 사람을 당황시킵니다. 방금 뭐라고 말한거지?
말미에는 이런 카오스를 나름 논리정연하게 수습해주지만 중반부에서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에 흥미를 잃게 되는건 안타까웠습니다.
액션은 스타일리쉬하고 박력 넘칩니다.
꺾고 꺾고 또 꺾고..
이렇게 찰지게 내동댕이 치는 영화는 오랜만이네요. 보기만해도 허리에 부담이 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쓰러지는 곳에는 항상 쇠기둥, 문걸이, 뾰족바위가 존재합니다.
반신불수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입체감은 잔잔한 편입니다.
통쾌한 반전도 없지만서도 그냥저냥 볼만한 스토리, 왠지 한껏 비장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 그다지 여운은 없습니다.
하정우, 한석규의 절묘한 콤비를 기대했지만 무미건조했습니다.
전지현의 존재감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류승범은 명불허전 류승범입니다. 맛깔납니다.
1/144 MS-06 'ZAKU II'
건담에서 가장 유명한 악명 기체인 자쿠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더라도 건담과 자쿠의 모습은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 역시 건담 만화를 본 적은 없지만 자쿠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의 독일군 척탄병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는데요, 특히나 머신건과 바주카는 STG44와 판저슈렉이 떠올랐습니다.
비대칭으로 설계 된 어깨 장식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한 구성인 듯 합니다.
조립하면서 GOGG와 GUNCANNON과는 사뭇 다른 관절 디테일에 놀랐습니다. 팔과 다리가 정말로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은 모델입니다.
만드는 과정은 꽤나 어려웠지만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남들은 명절 즈음이면 프라모델과 미니어처가 친척동생, 조카들의 손에 박살이 날까 두려워 전전긍긍한다지만
나는 여지껏 장난감을 수집하면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집안의 막내였던 것과 함께 내 아래의 동생들이 몇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제야 몇 생긴 어린 친척 동생들은 건프라나 워해머 같은 장난감 따위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더 열중할 세대이다.
레이시티나 카트라이더 따위에서 나오는 3D 모델링 자동차를 선호하는 동생들의 취향은 나와 정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집에 놀러오는 것을 정말로 좋아했던 몇 살 아래의 친척 동생은 심지어 미니어처의 접근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하였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 나오는 주인공 케로로가 건담 프라모델을 지극정성을 다해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사람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작품에는 함부로 손을 대거나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애니메이션 학습효과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